1차 세계대전은 그 이전까지의 전쟁과 완전히 다른 전쟁이라는 이야기들을 흔히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 11월까지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삼국협상에 미국, 일본이 가담한 진영과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의 삼국동맹 및 그에 가담한 불가리아가 벌인 전쟁입니다. 에릭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에서 1914년을 20세기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사실 인류가 문명을 일궈낸 이래 전쟁은 지구 어디에선가 거의 끊어짐 없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르면 신석기 시대부터, 늦어도 청동기 시대부터 인류는 무기를 들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역사상 숱하게 많은 전쟁 중에서 1차 세계대전이 소위 "특이점"이 온 전쟁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2부에 걸쳐 10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차 세계 대전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대륙을 넘나드는 최초의 진정한 세계 규모의 전쟁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7천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동원되었으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전쟁들은 보통 소수의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국지적 규모의 충돌이었습니다. 다수 국가가 참여하더라도 2개 이상의 대륙, 문화권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쟁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이 대륙, 저 대륙에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했고, 전선은 너무나 길게 늘어졌습니다. 막대한 인력과 물자가 소모되는 전쟁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전쟁당사자들은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효율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관총, 독가스, 전차, 잠수함, 비행기 등 혁신적인 기술들이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전례 없이 많은 사상사자 발생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은 이후 전쟁의 본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신무기 개발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양측을 합쳐 군인 사망자 약 1000만명, 군인 부상자는 2100만명이었고, 실종자는 약 770만명이었습니다. 30년 전쟁(1618~1648) 당시 독일이 입은 피해 정도를 제외하고 이만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전쟁은 없었습니다.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에는 신무기뿐만 아니라 참호전도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참호전은 1차 세계대전, 특히 서부 전선의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양측은 참호와 더불어 지하 터널을 뚫어 다방면으로 활용했습니다. 전쟁 전후로 "효율적인 살상무기"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군인들은 참호를 파고, 지하 터널을 뚫어 연결했습니다. 포격과 기관총을 피해 참호에서 버티고, 위험해지면 터널을 통해 이동하는 것입니다. 서로 전진하기가 너무나 어려워진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전쟁은 정적이고 방어적인 장기전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이전까지의 전쟁은 기병들의 기동력, 유연한 부대 편제 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또한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충분치 대체로 단기전 양상을 보인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은 광범위한 선전을 사용한 최초의 전쟁이었습니다. 선전전은 매스커뮤니케이션(비조직적 대중을 대상으로 정보 전달) 수단을 동원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전쟁 수행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활용되었습니다. 대규모 전쟁, 총력전 양상에서 국민 전체의 사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언론 매체들은 적을 비방하고 악마화하는 한편 자신들의 전쟁 목적과 행동은 합리화하였습니다. 특히 미국이 참전하면서 "민주주의 vs 전체주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고,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자 전 세계, 특히 식민국가 및 중립국의 여론 연합국으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민간인의 역할,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 국제법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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